[책달력] 1월의 책 -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중학생인가 고등학생 때이다.

내가 도서관에서 좋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아래 두개이다.

1. 동일한 책이 여러권 있는지 

    - 많은 사람들이 대출하는 책이기 때문에 여러권 있을 가능성 ↑

2. 책이 많이 낡았는지

    - 이것 또한 많은 사람들이 봤기 때문에 그렇게 되어 있을 가능성 ↑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국내도서 저자 : 클라우디아슈라이버 / 임정희역 출판 : 북스캔 2005.03.30 상세보기

자는 이 두가지를 모두 만족시키는 책이었다.

그래서 망설임없이 집어들었던 책이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 책이 주는 여운이 아직까지도 느껴진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나중에 꼭 한번 찾아보려고 한다.

줄거리를 간단하게 이야기 하자면,

농장에서 사는 여자가 있다. 돼지우리같은 곳이 그녀의 집이고 그녀는 농장에서의 그 삶을 즐기며 살아간다.

화려하고 세련되거나 연약하고 소녀같은 그런 여자가 아니다.

입에는 욕설을 달고 살고, 농장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막아내는 그녀가 바로 엠마다. 행복한 엠마.

 

그리고 남자가 있다. 조심스럽고 소심한 성격탓에 그저 흘러가는데로 살아온 남자가 있다.

친구에게 이용당해도 말한마디 하지 못하는 남자. 비싸게 준 청바지를 혹시나 청바지가 닳을까 입지 않고 고이 모셔두는

그런 남자. 그런 남자가 어느날 췌장암에 걸렸다.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그 남자는 막스다.

 

엠마와 막스는 우연한 사건으로 만나게 된다. 이책의 진정한 이야기는 이 둘이 만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둘 사이에 행복한 돼지들이 있다.

 

막스는 결국 학창시절부터 자신을 이용했던 친구의 돈을 훔쳐 달아난다.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멕시코로 떠나기로 한 것이다. 

막스는 여행을 가 본 적이없다. 혹시나 모를 사고 때문이다. 하지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으니, 결심이 선것이다.

 

하지만 조심쟁이의 도망이 그리 순탄한리는 없었다. 친구의 추격을 피해 막스의 차는 숲을 질주해

엠마의 농장으로 떨어졌다. 

그가 훔친 돈은 조수석에 있다. (나중에 이 돈이 큰 역할을 하지!) 

막스는 정신을 잃었고, 이런 막스를 엠마가 발견한다.

평소 남자와는 인연이 없던 엠마에게 막스가 왔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것처럼.

 

그렇게 둘은 함께 지내게 된다. 서로 입장은 다르지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다는 점은 같았다.

여기에 헤너(엠마를 짝사랑하는 경찰), 한스(막스의 친구)까지 스토리에 가담하면서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엠마는 돼지를 사랑한다. 그리고 엠마는 돼지를 통해 돈을 벌어 생계를 유지한다.

엠마와 돼지를 뗄레야 뗄수 없는 사이다. 엠마는 돼지가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도와주고

엠마의 농장에서 행복하게 살던 돼지들은 엠마에게 소세지와 고기를 제공하면서 다시 땅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엠마의 돼지들의 특별한 점은, 죽음마저 행복한 죽음이라는것.

엠마는 어릴적부터 돼지들이 도살되기전의 두려움, 공포를 수없이 봐왔기때문에 돼지를 행복하게 죽게해준다.

죽음마저 행복으로 보장받는 농장. 

다른말로 하면 자연과 인간이 서로를 돕고 사는 것을 완벽하게 재현한게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막스. 췌장암에 걸린 막스를 사랑했던 엠마는 자신이 돼지들을 사랑해서 죽음의 고통없이 그들을 보내줬던 것처럼 막스로 늘상 돼지에게 하듯이, 고통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게 해준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엠마는 행복하다.

농장에서 억척스럽고 강한 여자 농부로 살아가지만 그리고 집안은 너무도 지저분하고 서른살이 넘도록

결혼할 남자를 만나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돼지도 행복하다. 행복하게 태어나서 울타리없는 농장에서 마음껏 뛰어논다.

다른 돼지들이 우리에 갖혀 죽을때도 두려움에 떨며 힘겹게 고통을 맞이하며 사는 삶이라면

엠마의 농장 돼지들은 행복하게 태어나 행복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책은 돼지와 엠마 그리고 엠마와 막스 이렇게 크게 2가지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결론적으로 '조화'라는 삶의 균형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또 생각해보면 돼지를 통해서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막스는 그야말로 냉혹한 현실세계에서 온 외부인. 그가 자연그대로에서 살아가는 돼지와 엠마를 만나면서

여러가지 변화를 겪고. 또 동물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게 되는 여러가지 모습들.

 

사실 결말이 좀 충격적이긴 했다. 하지만 이 소설자체가 평범한 소설은 아니니, 결말 역시 평범하면 끝맺음이 이상할 것 같긴 하다.

나 개인적으로는 동물들에 대해, 돼지에 대해, 닭에 대해, 그리고 인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무거운 주제에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입혀서 그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행복한 엠마 행복한 돼지 그리고 남자 국내도서 저자 : 클라우디아슈라이버 / 임정희역 출판 : 북스캔 2005.03.30 상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