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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책달력] 10월 - 당신이 옳다

by urosie 2020. 10. 22.
당신이 옳다
국내도서
저자 : 정혜신
출판 : 해냄출판사 201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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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옳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늘 간절히 기다려왔던 그 말이 아닐까

내 안의 상처가 외면받을지 웃음거리가 될지 걱정하지 않는 그런 무방비 상태에서

마침내 상대에게 듣고 싶었던 그 말, '당신이 옳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는 '공감'이다.

처음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작가는 '공감'이라는 힘에 대해서 여러 사례들을 곁들여 들려준다.

마음이 힘든 누군가에게 필요한 건 정신과 치료나 약물이 아닌 당신의 공감이라고 말이다.

 

나 역시 공감을 굉장히 어렵고 많은 힘이 드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100% 상대방이 되어볼 수 없는 그런 입장에서 서로 다른 환경, 다른 성격으로써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건 

오히려 위선이자 거짓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공감은 상대방의 존재 자체에 귀 기울여주고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고

그런 과정 속에서 나를 잃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 상대방도 지키고 나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조금씩 읽고 나서 이 책을 덮을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다.

어느 날은 가족이, 어느 날은 잊고 지내던 친구가, 어느 날은 내 옆의 남편이 생각났다.

그들에게 요즘 마음이 어떠냐고 넌지시 던지기도 하고 예전 그 일 때문에 많이 힘들었지 않냐고 묻기도 했다.

작가의 말처럼 단순한 질문이지만 자신의 존재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는 물음에 따뜻한 대화가 오고 갔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두고두고 읽고 또 읽다가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 다시 한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단톡방에 올라온 어느 누군가의 질문에는 누군가는 대답하겠지라며 모른척하고 

업무시간에 걸려온 오랜 친구의 전화도 내가 다시 할 게 라며 미룬 적도 있었다.

이제 그런 신호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적어도 이제 내 사람들의 아픔을 보고 지레 겁먹고 나 먼저 도망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정리해봤다아 ლ( ╹◡ ╹ლ)

큰소리를 내면 민폐일까 봐, 웃으면 실력 없어 보일까 봐 전전긍긍하는 삶 속에서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희노애락의 감정을 거세한다고 삶이 구질구질하지 않고 스마트한 삶이 될까. 삶이 구겨지지 않을까. 물론 아니다.

 

직장생활이든 감옥 생활이든, 부자든 빈자든 모든 사람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존재 자체에 대한 주목이나 집중을 받는 경험이 적으니 사람들은 아플 수 밖에 없다. 충전기를 한번도 만나지 못한 배터리처럼 내 존재 자체가 계속 방전만 거듭하다 꺼져간다.  

 

어떤 것을 묻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죽고 싶다는 마음을 비쳤는데도 그 고통이 아무 관심도 받지 못하고 방치되거나 외면되지 않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은퇴란 몸에 밴 자기 억압이 한꺼번에 풀리는 일대 사건이다. 과장하자면 평생 감옥에 있다 출소하면서 눈부신 햇빛에 눈을 찡그리는 출소자 같은 상태다. 24시간 정해져 있는 삶을 살다가 사방 어디로든 발을 떼어도 되고 언제 먹든 언제 잠자리에 들든 자유로운 상태다. 비로소 내 삶으로 돌아오는 순간이다. 
그때 찾아오는 무력감과 우울, 피해 의식 같은 감정이 은퇴자의 감정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그때의 무력감과 우울은 지금은 털석 주저앉아 내 삶을 먹먹하게 돌아봐야 하는 때라고 알려주는 신호다.

 

우리가 살면서 겪는 모든 감정들은 삶의 나침반이다. 약으로 함부로 없앨 하찮은 것이 아니다. 약으로 무조건 눌러버리면 내 삶의 나침반과 등대도 함께 사라진다. 감정은 내 존재의 핵이다.

 

누군가 고통과 상처, 갈등을 이야기할 때는 '충고나 조언, 평가나 판단'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언제나 나를 놓쳐선 안 된다. 언제나 내가 먼저다. 그게 공감의 중요한 성공 비결이다. 공감하는 일은 응급실 당직 의사처럼 상대에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의무가 되면 결국 내가 먼저 나가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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